서 론
IDF(International Dairy Federation; 국제낙농연맹)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A changing climate for dairy(낙농 산업의 변화 기류)’를 주제로 Global Dairy Conference를 개최하였다. 이번 주제는 지구환경 변화가 인간생활의 변화를 가져오며 가축 생산의 변화를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낙농산업을 변화시키는 패러다임을 강조한 것이었다(Fig. 1). Global Dairy Conference 2021은 대면 학회와 온라인으로 참석 가능한 e-conference를 병행하여 진행하였으며, 발표자와의 대화방을 별도로 개설하여 발표자와 온라인 참여자들간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배려하였다.
IDF는 1903년 벨기에 브뤼셀의 제1차 국제낙농대회에서 처음 설립된 단체이다. 매년 개최되는 IDF World Dairy Summit(세계낙농연차총회)에서는 세계 낙농 현안, 정책 및 기준 규격에 대한 논의와 의결을 진행하며 낙농과 유제품 관련 심포지엄이 수시로 열린다. IDF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총 43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Fig. 2), 회원국 원유생산량이 세계 우유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IDF는 1963년 UN 식량농업기구와 WHO(세계보건기구)가 연합하여 만든 CODEX(국제식품위원회)의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후 CODEX와의 긴밀한 협력하에 FAO, WHO, OIE 및 ISO와 같은 다른 국제 기구와 함께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표준 및 기준 규격을 설정하고 있다. IDF의 공식 출판물로 연차 총회때 발간하는 World Dairy Situation을 포함한 IDF Bulletin, 규격보고서, FAO/WHO 지침, 낙농 관련 각종 보고서 등이 매년 발간되고 있다[1,2].
우리나라는 2006년 IDF에 준회원으로 가입하여 2010년 38번째 정회원 국가가 되었으며, 2018년 IDF World Dairy Summit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한국에서 개최된 2018 IDF World Dairy Summit은 ‘다음 세대를 위한 낙농(Dairy for the Next Generation)’이라는 주제로 52개 IDF 회원국 약 1,500명 이상이 참석하였으며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기조연설, 월드 리더스 포럼, IDF 포럼 등 2개의 포럼을 포함하여 낙농정책경제, 목장경영, 낙농과학기술, 마케팅, 식품안전, 영양건강, 환경, 동물건강복지 등 8개 전문분야에 학교우유, ICT 스마트팜, 발효유 분야를 추가하여 총 37개의 학술세션으로 진행되었다. 2019 IDF World Dairy Summit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되었고 55개국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하였다. 2020년 IDF World Dairy Summit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COVID-19로 아쉽게도 취소되었다.
2021년에 IDF가 주관한 행사로는 IDF Global Dairy Conference 이외에도 World School Milk Day, IDF International Cheese Science and Technology Symposium, IDF Nutrition Symposium 등이 있으며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상당수는 무료로 참가가 가능하였다.
본 론
멕시코를 새롭게 IDF 회원 국가로 승인한 이번 컨퍼런스에는 39개국에서 약 1,200여 명이 참가하였으며 이 중 300여 명은 대면으로 참가하였다. 일반적인 학술발표회에서는 주로 opening lecture나 기조 강연으로 학회가 시작되나,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첫째날에 개최국인 덴마크의 문화를 알리는 안데르센 동화 낭독과 덴마크 낙농 산업의 소개로 막을 열었으며, 패널리스트 소개, UN 푸드 시스템 정상회의(UN Food Systems Summit 2021; 한국에서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일본은 Suga 총리가 연설하였음)의 주요 이슈에 대하여 전 IDF 회장이었던 Bryans 박사의 발표가 있었다(Table 1). 그리고 Brazzale IDF 회장의 ‘밝은 미래를 가진 역동적인 부문(A dynamic sector with a bright future)’ 강연과 Emond IDF 사무총장의 ‘IDF: 현대적이고 회복력 있는 단체(A modern and resilient organization)’ 주제 강연이 있었다.
둘째 날에는 Sustainable Diet(지속가능한 식단; 9개 주제발표), Processing & Technology(가공 및 기술; 7개 주제발표), 그리고 Farming(목장; 7개 주제발표) 세션이 함께 진행되었다. 셋째 날에는 마케팅(7개 주제발표), 식품안전(10개 주제발표), 및 낙농정책경제(8개 주제발표)의 3개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세계낙농현황 보고서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Table 1).
IDF는 1989년부터 매년 세계 낙농 현황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세계 낙농 현황보고서는 전 세계 낙농 전문가와 주요 기관, IDF 회원국 간의 긴밀한 정보 교류를 통해 얻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50개 이상의 국가의 낙농 산업 현황은 물론 수입, 수출, 소비 현황 분석 등 국제 낙농 분야에 대한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낙농 부문의 전세계적 수급 동향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현황을 분석한 내용 중 일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Fig. 3, 4). 2020년 치즈 수입량 기준 국가 순위를 살펴 보면 일본, 러시아,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270만 톤의 치즈 수출량 중에서 16만 톤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하였다. 전년 대비 수입 증가율은 18%로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나타냈으며 특히, 미국으로부터 많은 치즈를 수입하였다. 치즈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일본의 경우는 EU28개국 > 호주 > 뉴질랜드 > 미국 순으로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으로부터의 치즈 수입 비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치즈 수출 세계 2위 국가이면서 치즈 수입 3위 국가로 자국산 치즈는 많이 수출하고 자국민을 위한 치즈 역시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IDF 또는 낙농진흥회 홈페이지 참조).
치즈 제품 16만 톤은 최소 160만 톤의 원유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약 205만 톤 정도인 국내 우유 쿼터의 약 78%에 해당된다. 따라서 국내 치즈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우유 쿼터의 증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국내산 원유의 가격이 높아 치즈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쌀값이 국제 시세보다 비싸기 때문에 국내 벼 재배를 포기하자는 것과 다를바 없다. 우유 가격이 저렴한 미국과 접해 있는 캐나다와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과 인접해 있고 우유 가격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연구하면 우리나라 낙농과 치즈 산업에도 위기 극복의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rocessing & Technology 세션에서 청중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것은 중국 유업체인 Yili 그룹 유럽 연구센터(네덜란드 Wageningen 대학 소재)의 Eisner 박사가 발표한 ‘Milk by fermentation(배양으로 만든 우유)’로 발표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Fig. 5).
사실, 이번 발표내용 중 유선세포(mammary cell)의 세포 배양 방법을 이용한 우유 생산 방법인 실험실 우유(Lab Milk)에 대한 연구는 십 수년 전부터 동물의 유선 세포를 이용한 케이신(casein) 생산 연구 등에서 진행되어 왔다.
Eisner 박사의 첫 슬라이드는 2030년 식육 산업과 낙농 산업의 붕괴가 예상된다는 2019년 인터넷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이는 원래 RethinkX라는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Tony Seba가 작성한 보고서의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Eisner 박사가 소개한 정밀 배양 기술(Precision fermentation)은 우유 단백질 유전자를 넣은 재조합 미생물을 만들어 생물반응기로 배양하여 단백질들을 제조한다는 것으로 현재 인슐린이나 백신 제조에 사용된다. 이렇게 생산된 각각의 우유 단백질을 혼합하고 미네랄, 유당 등을 넣어 최종적으로 우유를 제조하는 방법이며, 현재 미국의 BIOMILQ라는 벤처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공 모유 개발도 유사한 기술을 사용한다.
현재의 기술로 가능한 부분은 우유나 환원탈지유에서 케이신을 각각 분리하여 인공적으로 케이신 micelle을 제조하여 치즈를 생산하는 것인데, 향후 우유에서 케이신을 추출하지 않고 세포 배양을 통해 인위적으로 케이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Eisner 박사는 발표 후반부에 경제성과 시장성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젖소 없이 인공적으로 우유를 제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영양적 가치의 제공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정밀 배양 기술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하였다. 대체 우유를 만들기 위한 정밀 배양 기술은 우유의 구성 성분과 생리적 효능과의 상관성에 대한 구체적 규명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유용한 측면이 있으며, 기능성 소재의 효율적 생산 기술의 확보 차원에서도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결 론
IDF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여 유제품의 규격, 각국 낙농 산업의 당면 과제, 그리고 미래의 낙농 산업 전망에 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였던 금번 컨퍼런스는 대면 및 비대면으로 진행되어서 시간과 장소에 따른 제한은 없었지만 실시간 동영상으로 진행되어 시차에 따른 불편함이 나타났다, 포스터 세션과 같이 학문 후속 세대를 위한 세션이 없어 학술적으로 관심이 높지 않았던 점은 향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DF 연차총회는 낙농 연구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보다는 정책, 제도, 규격, 전망 등에 관한 발표가 많아 유업체 CEO나 정책 결정자들, 그리고 낙농 관련 단체장들의 참여가 높은 특징이 있다. IDF 정회원 국가인 우리나라도 많은 낙농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우리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IDF 연차총회 및 컨퍼런스에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낙농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배양육 사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실험실 배양유로 제조된 우유 및 유제품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도 있으며 이와 같은 변화는 전통적 낙농 산업을 변화시키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낙농 시장에서 목장 우유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 농가와 우유 및 유제품의 생산업체와의 유기적 협조와 상생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소비자의 가치 판단과 수요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는 통합적 예측시스템이 요구 됨은 물론이다. 소비자는 변화한다. 낙농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소비자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