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사람의 장내 균총(Gut microbiota)은 체세포 수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의 미생물의 군집을 말하며, 장관 속에 존재한다(Conlon and Bird, 2015). 장내 균총은 사람의 건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최근 몇 년간 장내 균총의 불균형이 과민성 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을 포함한 여러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Manichanh et al., 2006; Clemente et al., 2012; Tremaroli and Bäckhed, 2012). 이에 따라 장내 균총의 균형을 맞춰주며 인체에 유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발효유에 대한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발효유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유산균 혹은 효모로 발효시킨 것이거나, 이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한 것’으로 정의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 2018). 발효유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인체 내에 매개할 수 있는 용이한 식품 급원으로 접근성이 높아 소비자들에게 있어 건강 증진 가치가 큰 식품이다.
콜레스테롤은 체내의 세포막을 구성하고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전구체이며, 담즙의 원료로서 생명 유지에 필요한 성분이다. 체내 콜레스테롤의 80%는 간에서, 20%는 식이에 의해 구성되는데, 섭취한 콜레스테롤이나 체내 합성 콜레스테롤이 과다한 경우,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인한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Choi et al., 2017). 고콜레스테롤혈증을 포함한 이상지질혈증은 최근 몇 년 간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으나(Benjamin et al., 2017),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KCDC, 2015).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사망 원인 중 심혈관질환이 19%에 달하였으며, 10년간 심장 질환에 대한 사망률은 약 1.4배 증가하였다(Ha et al., 2015). 또한,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OECD, 2015). 이와 같은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의 발병은 곧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순환기계질환 진료비는 8조 원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암 진료비 5조 5천억 원보다 높은 수치로, 국가에 사회경제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질병관리본부, 2018). 따라서,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을 위해 생활 습관 및 식이 습관 개선을 도모해야 하며, 손쉬운 방법으로서 높은 기호성과 더불어 기능성을 가지는 발효유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 개인마다 고유의 장내 균총을 지니므로(Lloyd-Price et al., 2016), 각기 다른 장내 균총에 따라 발효유의 기능성 및 효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장내 균총 구성에 따른 기능성 물질 효능의 변화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고, 발효유의 기능성과 발효유의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 기작, 장내 균총에 따른 발효유의 기능성 및 효능의 변화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소비자의 발효유 섭취 목적은 보편적으로 장 기능과 칼슘 보충 등 건강 증진에 있다(국립축산과학원, 2016). 2018년에 꼽힌 발효유의 주요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발효유의 효능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18). 이와 같이 극대화된 프로바이오틱스 등의 발효유 효능에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외에서 발효유의 기능성을 강조한 발효유제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18).
이러한 발효유의 기능성은 주요하게 장내 유익균의 생장 증진과 이에 따른 유해균의 생장 제어, 즉, 장내 균총의 제어를 통한 장관 건강과 면역의 개선, 유당 불내증, 알러지 반응의 완화, 심혈관계질환 개선 효과, 항당뇨, 항균 등으로 알려져 있다(Adolfsson et al., 2004). 현재까지 면역 조절 기능과 관련한 기작으로, 발효유 내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벽에 기능을 안정화하고 장내 IgA(Immunoglobulin A)의 생성을 자극하여 낮아진 면역력을 증진시키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osenfeldt et al., 2004). 프로바이오틱스가 지니는 면역 조절 작용과 더불어 발효유가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스핑고지질 (sphingolipids), 포합 리놀레산(conjugated linoleic acid), 뷰티르산(butyric acid)과 같은 비영양소 구성물질(non-nutrient components)도 프로바이오틱스와 함께 암이나 만성 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Sanders et al., 2007).
발효유의 심혈관계질환 개선 효과는 근본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함에 있다. 젖산균(혹은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해 혈중 콜레스테롤이 조절되는 기작은 크게 3가지로 알려져 있다. 젖산균이 장내에 정착하고 증식함에 따라 콜레스테롤이 젖산균에 흡착하는 기작(Sadzikowski et al., 1977)과, 젖산균이 담즙산과 흡착하여 배설된 후 배설된 담즙산을 보충하기 위해 간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이용하여 최종 체내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감소하는 기작이 밝혀져 있다(Gilliland et al., 1985). 또한, 젖산균의 답즙산염 가수분해효소(bile salt hydrolase)는 지질 용해도가 높은 포합 담즙산(conjugated bile acid)을 탈포합(deconjugation)하여 혈중으로 흡수되는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추는 기작이 보고되었다(Ooi and Liong, 2010). 이와 같은 기작을 기반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한 발효유를 섭취했을 때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킬 수 있다(Ataie-Jafari et al., 2009; Ishimwe et al., 2015). 발효유 내 젖산균 외에도 발효유 젖산균의 효소 및 대사 생성물에 의해서도 조절이 가능하다. 유제품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뷰티르산(butyrate)이 간 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효소인 HMG-CoA(HDL‐3‐hydroxy‐3‐methylglutaryl‐CoA) 환원 효소의 활성을 감소시켜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한다(Marcil et al., 2003). 또한 특정한 젖산균(Lactobacillus acidophilus, L. bulgaricus, L. casei ATCC 393)은 세포 내외에 콜레스테롤 환원 효소를 지녀 콜레스테롤을 코프로스타놀(coprostanol)로 환원 및 전환한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Lye et al., 2010). 발효유의 젖산균 및 대사산물에 의한 콜레스테롤 감소뿐만 아니라, 발효유에 의해 변화한 장내 균총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랫트, 마우스, 돼지, 기니피그 동물모델을 통한 연구에서 장내 균총을 변화시켰을 때 체내에서 지질 대사가 변화하여 혈중 콜레스테롤이 저하됨을 관찰한 바 있다 (Liong et al., 2007; Madsen et al., 2008; Lee et al., 2009; Pan et al., 2011).
장내 균총은 인종과 생활 습관, 유전적 특징 등 개인마다 지니는 요인들에 의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개인마다 다른 장내 균총은 식이 성분들의 체내 이용 효능을 상이하게 한다(Conlon and Bird, 2015). 장내 균총의 구성과 비율은 위에서 언급한 요인 중에서도 식이가 주요한 요인이 되며(Conlon and Bird, 2015; Hall et al., 2017; Gaulke and Sharpton, 2018), 섭취하는 거대영양소(macronutrients) 및 식이의 차이에 따라 크게 3가지의 장 유형(enterotype)으로 분류된다(Arumugam et al., 2011). 장 유형은 주요하게 장내 균총을 이루는 속(genus)인 Bacteroides, Prevotella, Ruminococcus의 비율에 따라 분류된다. 고단백질 및 고지방 식이를 섭취했을 때는 Bacteroides 유형으로, 탄수화물 및 고식이섬유 섭취는 Prevotella 유형, 특정 식이와의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는 Ruminococcus 유형으로 분류된다(Arumugam et al., 2011).
이렇게 식이에 의해 달라진 장내 균총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제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내 균총은 장내에서 콜레스테롤의 전환에 관여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효율성은 콜레스테롤을 전환하는 세균이 풍부하게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Gérard, 2014). 사람에서 분리되고 연구된 콜레스테롤 전환 박테리아는 현재까지 Bacteroides D8균주로 알려졌으며, 랫트에서는 Eubacterum 속이 콜레스테롤 전환을 일으키고, 그 중에서도 E. coprostanoligenes ATCC 51222가 새로운 균주로서 명명된 바 있다(Freier et al., 1994).
장내 균총 구성의 변화에 따른 기능성 물질의 장내 흡수 및 효능 변화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그 예시로 장내 균총의 구성이 각기 다른 개개인에서 진세노사이드의 장내 흡수가 달라져 장내 균총의 구성에 의해 특정 물질의 효능이 결정될 수 있다고 연구된 바 있다(Kim et al., 2013). 또한, 과일, 야채, 곡물에서 발견되는 기능성 물질인 폴리페놀(polyphenol)은 암,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소장에서의 흡수 정도에 따라 체내에서 효과를 나타낸다. 어떠한 폴리페놀은 자연계에서 많이 발견되나, 고유 구조에 따라 생체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Bohn, 2008), 이는 장내 균총에 의해 구조적으로 변형되고 작은 분자로 분해되었을 때 비로소 소장에서 흡수된다(Ozdal et al., 2016). 이렇듯이 개개인마다 상이한 장내 균총에 의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기능성 물질들의 체내 흡수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
결 론
현재 유제품 시장에서 발효유는 기본 효능과 더불어 차별화된 기능성을 더하여, 침체되어 있는 우유 시장이 재기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잠재력이 크다. 현재까지 초년기의 환경과 식이 패턴이 성인기의 장내 미생물 정착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설이 되고 있다(Hanson and Gluckman, 2011). 또한, 장내 균총과 각종 질환의 연관성이 밝혀지고 있어 발효유 섭취에 따른 장내 균총의 조절이 질환의 예방 혹은 완화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발효유의 기능성이나 기능성 물질 자체의 궁극적인 효능 발휘를 위해서는 장내 균총에 의한 물질의 분해 및 흡수 기작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